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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돌아 스터디셀러BINGO 2024. 6. 7. 19:14

변화
요즘은 모든 게 빠르게 생겼다가 사라지고, 다시 생김의 연속이다.
자고 나면 쏟아지는 기술과 새로운 제품들, 새로운 것으로 계속해 갈아 끼워지며 몰아치는 현실의 파도 속에서 나는 가끔 둥둥 뜬 채로 떠밀려 가기도 한다. 또 가끔은 가만히 있지 않는 세상의 선택지들에 사람의 취향은 계속해 따라 변하고 다양해지며 파편화되고 있음을 느낀다.
스테디함의 재정의
이러한 시대를 살아가며 나는 어느 순간 스테디함에 목마름을 느꼈다.
예전에 나에게 스테디함이란 특별하지도 별로이지도 않는 것이 딱 중간정도, 평범해서 질리지 않아 계속 찾는 것이라 치부해왔다.
서점에 가도 표지며 마케팅이며 자극적이어서 구미가 당겼던 베스트셀러를 구입했고 스테디셀러에는 눈길만 주는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스테디함이 가진 무게를 알아버린 것 같다.
한순간 반짝하고 정상에 올랐다가 반짝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되기 위해서는 알맹이가 얼마나 튼실해야 가능한지를.
여기서 알맹이는 본질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내가 느끼는 본질이라는 것은 화려하지도 자극적이지도 않다. 그렇다고 재미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꽤나 우둑하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사사로운 가치들에 맞춰 변하지 않고 그 자리를 지키며 한결같이 자기만의 존재감을 보여준다. 여기에다 본질이 튼실해지기 위해서는 꾸준함이라는 시간이 꼭 필요한 것 같다. 이제는 이렇게 느껴지는 스테디함은 나에게 “대체불가능한”에 가까운 의미를 갖고 있어 계속 찾는 것이라는 정의로 새롭게 내려졌다.
나에게 대체불가능한 이란 희소성과는 다르게 해석했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어서가 아닌 튼실한 본질을 갖고 있어 스스로 고유의 제 값을,
가치를 톡톡히 하고 있는. 그래서 대체 불가능하다는 단어를 사용했다.
그렇다. 이제는 더 이상 스테디함은 나에게 중간정도라고 치부되지 않는다. 무게가 느껴지면 느껴졌지.
중반기 스터디셀러
삶을 전반기, 중반기, 후반기로 나눈다면 나에게 스테디함에 대한 의미의 무게가 달라진 만큼
전반기 나의 스테디셀러와 중반기에 들어선 요즘의 나의 스테디셀러도 달라졌다.
전반기 나의 생활 속 스테디셀러는 중간정도의, 평범함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어디에나 매칭하기 편한 캔버스 운동화,
저렴해서 부담 없고 이것저것 쓰기 편한 격자무늬 노트 등이었다.
요즘의 스테디셀러는 각각 물건 스스로 제대로 된 본질을 갖추고 있어 꾸준히 찾게 되는 물건들이다.
늘여놓자면 어디까지일지 모르니 20살부터 가장 오래된 스테디셀러 순으로 세 가지만 설명해 보겠다.
첫 번째로 내추럴 코튼 네이비색 수건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튼실한 본질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수건의 본질, 흡수력과 촉감이 중요한데 어떤 수건보다 닦음의 마무리가 깔끔하고 실이 얇아 닿이는 촉감이 부드럽다. 호텔수건만큼의 스펙을 가지고 있어 자취 시작 후부터 계속해서 찾고 있다.
두 번째로 바셀린이다. 이 것만큼 본질에 충실한 제품이 있을까? 향도 색도 패키지도 기교 하나 없지만 건조함을 덜어주는 데에는 탁월하다. 떨어지면 사고 떨어지면 사고 벌써 몇 통째인지, 특히 입술보습을 책임지고 있다. 립밤은 선물도 쇼핑도 많이 했지만 쌓여만 갈 뿐 세수하고 누우면 다시 손은 바셀린으로 가 있다.
세 번째로 스테디셀러하면 빼놓을 수 없는 물건 책, 그중에서도 데일리 카네기의 인간관계론. 대학교 새내기 때 선물 받은 책이다. 새로운 관계들이 쌓여갈 때쯤 단순하고 실용적인 원칙들로 복잡한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이 책은 많은 도움이 되었고 또 다른 사회생활인 직장에 다니면서도 가끔 펼쳐보곤 한다.
이 책은 문제에 대한 답을 주는 자극적인 것이 아닌 본질에 다가가 어떤 자세로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자세를 알려준다. 그렇다. 이 책도 본질까지의 측면에 잘 도달해 있다. 지금은 이러한 가치를 둔 스테디셀러와 같이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삶의 후반기의 스테디셀러의 정의는 지금과 같을까? 아니면 또 새롭게 재정의 될까?

*본 글은 위 세 가지 키워드를 주제로 에디터 '도마도'이 발행한 콘텐츠입니다. 모든 저작권은 3X3 매거진과 에디터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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